비상
*
'긴쨩, 미안하다, 해.'
미끄러지는 작은 손. 피에 젖은 손이 허공을 휘저었지만 닿지 못 했던 그 날. 미친듯이 네가 추락했을 절벽 끝, 기적처럼 숨이 붙어있어서, 네가 야토족의 핏줄이란게 그토록 다행스러울 수가 없었다. 언제 다 죽어갔냐는듯 멀쩡한 얼굴로 다시마초절임을 질겅이는 너를 보며 두 번 다시 그때처럼 너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결코 너를 놓치 않겠노라고.
작은 손이 자꾸만 흘러내리자 긴토키는 더 안간힘을 쓰며 가느다란 손목을 콱 움켜잡았다. 거센 물살이 끝없이 몰아쳤지만 긴토키는 있는 힘껏 카구라를 끌어당겼다.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놓칠 수는 없잖아. 근육 가닥가닥, 온 마디마디가 끊어지는듯 비명을 질러댔다. 지지직. 긴토키는 다른 손으로 잡고있던 나뭇가지가 찢어지는 소리에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어이, 카구라!"
역시나 불러도 대답없는 부름에 긴토키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얼굴까지 덮쳐오는 물살과 함께 붙잡고있던 나뭇가지가 결국 부러졌고 긴토키는 미련없이 물속으로 함께 빨려들었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강물의 유속은 긴토키의 예상보다 빨랐다. 그 속에서 긴토키는 카구라의 손을 잡아당겼다. 힘없이 늘어진 작은 몸을 당겨 감싸안았다. 카구라의 전신을 감싸기가 무섭게 떠내려가는 속도 그대로, 긴토키는 바위에 있는대로 부딪혔다. 정신을 놓을뻔한 충격에도 긴토키는 버텨냈다. 팔다리가 부러지지 않은 게 천운이군. 긴토키는 카구라를 한팔로 단단히 옭아맨채 물가로 헤엄쳤다. 간신히 붙잡은 나뭇가지는 휘어지긴했지만 부러지진 않았다. 긴토키는 간신히 바위틈에 발디디고 버틸곳을 찾았고 카구라를 뭍으로 밀어올렸다.
쿨럭이며 물을 토해낸 긴토키는 추욱 늘어져있는 카구라를 붙잡았다. 어이, 정신차려. 창백한 두 뺨을 찰싹찰싹 쳐봐도 반응이 없자 긴토키는 카구라의 맥을 짚었다. 미약하게나마 손끝에 닿는 감각에 긴토키는 재빨리 카구라의 젖은 옷을 벗겼고 - 물론 그 위는 살짝 덮어주었다 - 기도를 확보한 뒤 숨을 불어넣었다.
나는 두 번 다시 너를 놓지 않을것이다. 네가 나를 끝까지 포기해지 않았듯이. 아직 심장이 콩콩 뛰는 작은 몸에 숨을 불어넣기를 반복하던 그 순간 카구라가 왈칵 물을 토해내며 기침을 해댔다.
"케헬룩, 컥, 아, 죽는 줄 알았다, 해."
"니가 죽긴 왜 죽냐."
방금전까지 제발 눈을 뜨라고 간절히 외친 적 없던 양 카구라의 등을 두드려주며 툴툴대던 긴토키는 곧이어 카구라의 주먹에 그대로 나가 떨어졌다. 번쩍 한 순간 확실하게 금간게 분명한 갈비뼈에 긴토키는 고개를 치켜들며 기껏 살려줬더니, 를 하려다 카구라의 짜랑짜랑한 외침에 멈칫했다.
"이 변태 마다오가-!!! 숙녀의 옷을-!!!"
몸에 딱 달라붙어 가슴의 움직임을 방해하던 옷을 벗겨냈다는걸 기억해낸 긴토키였다. 카구라는 얼굴이 새빨개진채 언제 다 죽어갔냐는듯 가슴을 가른채 한쪽 주먹을 퍽 위협적으로 치켜들었다. 당장이라도 한 대 갈길 것처럼 다가온 카구라는 긴토키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앞에서 주먹을 흔들었다. 긴토키는 카구라의 손이 올라가자 히익 눈을 감으며 몸을 움츠렸다. 그렇지만, 머릿속까지 댕댕 울릴정도로의 주먹 세례는 없었다. 그 대신, 긴토키는 작은 몸이 슬며시 기대오며 목을 꼭 감싸안는게 느껴졌다.
"…카구라?"
"……고맙다, 해."
긴토키는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카구라를 마주안았다. 안그래도 파리한 작은 몸에 젖어있는 제 차가운 옷깃이 닿을까봐 어정쩡한 자세로 마주안다 아직 여린 살결에 손이 닿자 화들짝 놀라는 긴토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느껴져 카구라는 소리없이 웃었다. 바보긴쨩. 긴토키는 잠깐 닿은 카구라의 몸이 차갑다는 걸 깨닫고 이러다 감기걸린다며 부산을 떨어댔고 카구라는 결국 정신사납다며 정강이를 걷어찼다. 긴토키는 아프다며 발목을 붙잡고 끙끙댔지만 카구라가 웃음을 터뜨리자 결국 덩달아 킥킥거리며 그대로 맨 땅에 털썩 주저앉은데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래, 뭐 어떻게 됐든 간에 … 살아있으니 됐다. 뒤늦게 등판을 저릿할만큼 쑤셔오는 고통도, 카구라의 주먹에 얻어맞은 것도, 그까짓거 아무것도 아니었다.
"잘 돌아왔어, 카구라."
"무슨소리냐, 해. 난 한번도 간 적 없다, 해!"
"한 발이라도 걸친 것도 간거거든? 거의 가버릴 뻔했거든? 남은 발 떨어지기 직전에 이 긴상이 붙잡은거거든? 사람 놀래키지 좀 마라, 요녀석아."
"…치이. "
"그리고─, "
'긴쨩, 미안하다, 해.'
"…그런걸로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말고."
카구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터벅터벅 다가와 긴토키의 옆에 앉을 뿐이었다. 긴토키는 그런 카구라를 가만히 바라보다 푸흐, 웃더니 축축하게 젖은 작은 머리통에 손을 턱 올렸다. 추울텐데, 어디 들어가서 옷이라도 말리자. 감기걸릴라. 긴토키는 제 겉옷을 벗더니 물을 힘껏 짜냈다. 두어번 반복한 뒤 잔뜩 구겨진 겉옷을 카구라의 어깨에 걸쳤다. 일단은 이걸로 봐달라고. 카구라는 긴토키의 손을 탁 쳐내며 눈을 흘겼지만 앞서가는 긴토키의 뒤를 따라갔다. 피냄새가 났다. 여기저기 부딪히고 찢어지고 멍든 긴토키의 팔뚝 말고도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을터였다.
바보. 카구라는 긴토키의 옆구리를 푹 찌르더니 먼저 앞서 걸어갔다. 난데없이 찌르기 공격에 당한 긴토키는 구깃구깃한 옷을 걸친 카구라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여간 여자애는 정말 모르겠다니까. 긴토키는 그러면서도 저절로 웃게되는 제 입꼬리를 꾸욱 눌렀다.
*
는 뭘쓴건지 모르겠다
긴토키와 카구라의 애정(연애의미보단 가족애에 가까운)을 쓰고싶었는데
역시 난 곶아야...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