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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백업/글 백업

[히지긴] 못 다한 말

by 갈로파 2015. 12. 22.

못 다한 말




다 큰 놈이 울긴 왜 우냐. 굳은 살이 박혀 거친 손이 뺨을 감싸는가 싶더니 주욱 잡아당긴다. 푸핫, 그 표정, 진짜 웃기네. 사진 찍어서 소이치로군에게 팔고 싶은걸. 표정 풀라며 뺨을 툭 치는 손을 붙잡아 그 위에 입을 맞췄다.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눈물이 긴토키의 손까지 적셔왔다. 긴토키는 아무런 말 없이 히지카타를 바라봤다. 울지 말라니깐. 말도 더럽게 안 들어요, 정말.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손마디가 하얘지도록 꽈악 잡은 히지카타는 연신 미안하다, 미안해, 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주 가관이다, 가관.



"어이, 경찰관씨, 손만 잡고 있을거야?"



"…."



"키스, 해줄래?"




긴토키는 변함 없이 장난스레 웃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라 싫은건 아니지? 눈을 살풋 접으며 묻는 말에 히지카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천천히 다가오는 입술에 긴토키는 눈을 감았다. 뜨거우면서도 축축하게 젖은 입술이 부드럽게 맞닿았다. 입술을 조심스레 핥아오는 혀에 살짝 웃었다. 비릿한 맛이 났다.


입맞춤은 짧았다. 그조차도 숨쉬기 벅차 헐떡이는 긴토키에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피가 엉겨붙은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반듯한 이마에 입을 맞췄다. 사랑한다. 가슴 속에 꽁꽁 묶어둔 채 단 한 번도 꺼내보지 못한 말이었다. 말하면 안될거라 생각했다. 심장을 대신 뛰게 하는 이 감정을, 인정하고 꺼내면 너를 잃을것만 같았다.



"사랑해."


"일찍도 말한다."



긴토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손을 꽉 붙잡은채 그를 불렀다. 애절함이 절절하게 묻어나서, 킬킬대던 긴토키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다. 다친 건 나인데 니가 그렇게 아파죽겠다는 얼굴 하지말라고, 바보같이. 웃으면서 평소대로 농담 하나 던지듯 그렇게 말해줘야하는데...



"긴토키!"



검붉은 핏덩이를 왈칵 토해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긴토키의 입에서 욕이 짓씹어져 나왔다. 내상으로 울컥울컥 피를 토악질하는 와중에도 긴토키! 하고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상체를 품에 끌어안았다. 몸속의 피를 모조리 뽑아내기라도 할 기세로 피를 쏟아내다 간신히 멈춘 긴토키는 눈을 두세번 깜빡이고 나서야 자신이 히지카타의 가슴팍에 기대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옷, 더러워졌잖아. 긴토키의 말에 기대고 있는 가슴팍과 끌어안고 있는 팔이 덜덜 떨려왔다. 뭐야, 또 울어? 울보네, 경찰관씨는.



"긴토키, 긴토키"


"응."


"사랑해..."


"응"


"사랑해"


"나도."



긴토키는 머릿속이 윙윙 거리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몸이 파르르 떨렸다. 춥다. 자꾸만 몸이 무거워졌다. 졸린 것 같기도 하다. 긴토키가 가슴팍에 기댄 채 눈을 감자 또다시 제 이름을 불러오는 히지카타에 긴토키는 피식 웃을 뿐 여전히 눈을 감고있었다.



"긴토ㅋ"


"히지카타."


""


"더 꽉 안아봐."



ㅡ 응, 그래. 따뜻하다.


긴토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 별로 안 춥네. 잠들기 딱 좋은걸. 여전히 눈을 감은채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물기 가득한 목소리가 안쓰러울만큼 저를 부르는 게  들렸다. 점점 아련해지는 목소리에 또 우는거냐고 말해주고 싶었다.


울지 말라고 해줘야하는데. 내가 지금 너무 졸리다, 경찰관씨. 일어나서 잘난 얼굴에 안 어울리는 팅팅 부은 눈 놀려줘야하는데, 미안해.



눈 붓기 빠지고 천천히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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