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긴]
어른아이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참으려 애를 썼으나 결국 튀어나온 애처로운 울음에 말없이 조용히 달래주는 손길은, 아래를 제멋대로 휘저어대는 거친 움직임과는 달리 다정했다. 오늘 왜 이래? 번들거리는 입술을 닦아내며 짜증스레 물었지만 돌아오는건 이를 세워 귀를 자근자근 씹어대는 집요함 뿐이었다. 긴토키가 한숨을 내쉬자 목덜미에 닿은 입술이 움칫 떨리는게 느껴졌다. 웃기지도 않은 놈. 긴토키는 또 힘껏 안쪽 깊은 곳까지 쳐들어오는 묵직함에 숨을 삼키면서도 눈앞의 재수없는 얼굴을 한껏 노려봤다. 아주 잠깐 마주친 시선이 슬그머니 방향을 돌려버리는 게 괘씸해 목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어 까맣고 살랑이는 머리칼을 손아귀 가득 움켜잡았다.
"악!"
"잡았다, 요놈."
"뭐하는 짓이야!?"
"너야말로 뭐하는 짓이야? 긴상 죽일려고? 허리 작살내서 죽일 셈? 반신불수되서 니가 긴상 업고 다닐려는게 아니면 작작 좀 하시지?"
긴토키는 욱씬거리는 허리 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풀어주지 않고 무작정 쑤셔박은 무식한 행위를 더이상 참아줄 수 없었다. 히지카타는 그제서야 눈물에 젖은채 헐떡이는 긴토키가 보였는지 미묘하게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안 그래도 새하얀 몸인데 여기저기 물어뜯긴 흔적들이 얼룩덜룩하게 남아있었고 심지어 피가 터진 입술은 그렇게 물고 빨아댔으면서도 눈치 못챈게 분명하다. 긴토키는 제 피가 묻어난 히지카타의 입술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아주었다. 이건 사랑도, 그렇다고 쾌락을 위한 섹스도 아니었다. 자신의 행위가 폭력이나 다름없는 행위였음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흔적들에 히지카타는 이를 악 물고 고개를 숙였다. 긴토키는 불그스름하게 부어버린 눈가를 손으로 덮으며 드러누웠다. 둘 사이 가라앉은 침묵이 젖은 솜마냥 몸을 내리눌렀다.
"…무슨 일 있었어?"
"……."
"말하기 싫음 말고."
긴토키의 덤덤한 말투에 히지카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평소엔 사소한 걸로도 시비걸고 싸워댔건만, 이럴 땐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더이상 묻지 않고 넘어가는 묘한 어른스러움을 보여 가슴을 울렁이게 만든다. 화풀이 대상으로, 자신의 감정의 배출구로 사용해버린걸 알면서도, 그 이상은 묻지 않는 긴토키에 히지카타는 덩달아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긴토키는 더이상 묻지 않았고 히지카타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다만 긴토키가 눈을 가리고있던 손을 뻗어 히지카타의 팔을 잡아당겼을 뿐. 휘청이며 그대로 긴토키의 위에 쓰러질뻔한 히지카타는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 그 옆으로 피해갈 수 있었다.
"피곤하다. 그만 자자."
"…그래."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히지카타는 자신의 잇자국이 선명한 어깨를 보자 조심스레 그 위에 입술을 눌렀다. 히지카타는 움찔하더니 이내 좀더 꽈악 안아오며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는 손을 느꼈다. 괜찮아. 아프지 않아. 어린아이 어르듯 도닥이던 손길처럼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지카타는 상처위에 제 입술을 좀더 꾸욱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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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삐뚤어진 히지와 묘한 어른스러움을 보이는 긴토키가 보고싶었다.
조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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