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쉬자니까…더워."
엉겨붙는 검은 머리칼을 밀어내자 불퉁한 눈빛을 흘기다 도로 가슴팍에 얼굴을 들이밀며 달라붙는다. 아아, 덥다니까… 자꾸만 밀어내는 손길에 히지카타는 팍 미간을 찌푸렸다. 긴토키는 어쭈, 뭐야 그 눈은? 하며 히지카타의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뺨을 꾹꾹 눌러댔다. 히지카타는 긴토키의 손을 탁 잡아채면서 얼굴을 마주했다. 하얀 얼굴이 보기좋게 붉어진게 꼭 복숭아 같아서 한입 크게 베어물고 싶어진다.
한달 넘게 보고싶은걸 참으면서 금욕생활하다가 드디어 만난 연인인데, 뜨겁게 불타며 좋다고 내내 붙어있긴 커녕 덥다고 저리가라니…은근 상처라고.
"어이, 우리가 얼마만에 만난건지는 아는거냐?"
"한달?"
"…한달만인데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하진 않는거냐?"
"어이어이, 긴상 아저씨라고?
이렇게 더운날 땀흘리며 뒹구는게 얼마나 체력소모가 심한데, 요녀석아."
어서 저리 좀 비켜. 긴토키는 제 위에 엎어져서 가슴팍이며 목이며 쪽쪽거리는 히지카타가 물론 싫다는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겹쳐져 있으면 정말 두터운 솜이불을 덮고있는 것처럼 무지하게 덥다는게 문제다. 아니, 적어도 솜이불은 보송보송하기라도 하지, 이건 뭐 끈적거리고 자꾸 달라붙잖아! 밀어내는 손길에 결국 옆으로 살짝 비켜난 히지카타는 덥다며 손부채를 부치며 돌아눕는 긴토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렇게 싫은거냐?"
"아앙?"
"나는 너를 못보는동안 보고싶어서 미쳐버릴것 같았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거냐?"
뭐야, 갑자기. 긴토키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가 마치 못볼 꼴이라도 본 양 인상을 팍팍 찌푸렸다. 뭐하자는거야, 저녀석.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새끼마냥 처량맞은 모습에 긴토키는 결국 한숨을 쉬었다. 그 소리에 움찔하면서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바닥만 노려본다. 얼씨구. 살다살다 그 잘난 경찰나으리가 이런 꼴 하는것도 다 보네.
"…진지하긴."
풀이 죽은 꼴이 우스우면서도 사실 좀 귀엽긴하다. 자신이라고 해서 보고싶지 않았을리가 없잖은가. 부장이니 한창 지금 바쁘겠지, 하며 넘겼을뿐, 오랜만에 만난 연인이 숨김없이 애정을 보이며 부딪혀오는게 당연히 기쁘다.
긴토키는 히지카타 쪽으로 돌아누웠다. 덩치는 커다란게 시무룩해하고 있다니. 귀여우니 봐준다. 긴토키는 손을 뻗어 히지카타의 뺨을 꾸욱 찔렀다. 사소한 장난에 발끈한 히지카타는 의미심장한 긴토키의 표정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만 좋아하는것같다고."
아. 이번은 진짜 귀여웠다.
"그래서 서운했던거야?귀엽네, 오오구시군~"
결국 벌떡 상체를 일으켜세워 히지카타의 등짝을 팡팡 내리치며 킬킬 웃어댔다. 아프다며 손을 쳐내는 것도 괜히 튕기긴~하며 어린애 달래는 마냥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니 미간을 좁히면서도 싫지는 않은듯 슬쩍 허리를 끌어안는다. 엉망으로 헝클어진 머리에 바보같아 보인다며 놀리니 히지카타는 말없이 한숨을 쉬고 대충 머리를 정리했다.
히지카타는 기분이 좀 풀린건지 긴토키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다홍빛의 돌기를 살짝 깨물며 괜한 심술을 부렸다. 으응, 작게 신음한 긴토키의 떨림이 히지카타에게도 전해졌다. 그렇게 물면 아파. 긴토키의 말에도 여전히 히지카타는 이로 자근자근 씹어댔지만 그래도 아프지 않게 살살 물어대다 쪼옥 빨아들이자,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머리를 안으며 오오구시군, 어리광부리는 거냐며 놀려댔다. 어린애네, 오오구시군은.
"…히지카타, 다."
히지카타는 투덜대며 이번엔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부빌 뿐이었다. 긴토키는 어리광부리는 히지카타의 귀를 매만지다 살짝 잡아당겼다. 뭐하는거냐며 부루퉁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모습에 잡아당긴 귓바퀴를 부드럽게 문질러주었다.
"있지, 긴상 정도 나이가 들면 말이야, 많은 걸 따지거든?"
점점 따지는건 많아지지만 결국 남는건 자존심밖에 없다고.
"그런데도 나보다 어린 '남자'에게 다리벌리는게 어떤 의미인지,
똑똑한 히지카타군은 알려나?"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히지카타의 머리칼을 떼어내며 긴토키는 씩 웃었다. 목과 가슴의 울림이 맞닿은 히지카타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마주보는 두 눈에 자신의 모습이 가득 담겨있었다. 무슨 말인지 알지? 동의를 구하는 건지 유혹을 하는건지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을만큼 야살스러운 눈웃음에 히지카타는 아랫배에 열이 확 쏠렸다. 그 뿐만이 아니라 가슴 한구석 어딘가에서 울렁이는 무언가가 뜨겁게 확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니 히지카ㅌ…"
"……."
"…저기, 내말 듣긴 한거지?"
"아아, 물론이지."
아까까지만해도 어린애마냥 애정어린 불만을 표하던 히지카타의 분위기가 어느새 자신감을 되찾은 정복자로 변해있었다. 이거,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인데. 히지카타는 코 끝이 닿을 만큼 바짝 얼굴을 붙여 묘한 웃음을 지었다. 올라가는 입꼬리와 접히는 눈꼬리 모두 잘난 얼굴에 지나칠만큼 잘 어울리건만, 긴토키는 어째 소름이 쫘악 돋았다.
"나를 사랑한다는거 아닌가?"
"와, 자기 입으로…."
"난 표현안하면 잘모르겠는데 말야, 긴토키."
언제 축 쳐져서 낑낑댔냐는 듯 옆구리를 쓸어올리는 손길에 긴토키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명백한 의도가 보인다고? 손이 왜 자꾸 엉덩이를 만져대는건데? 이거 완전 끈적끈적한 불순한 의도인게 보인다니까?
"저기. 긴상 그런의미가 아니었는데? 결국 쉬고싶다는 뜻이었는─"
문답무용. 내버려뒀다간 쉬지 않고 쏟아낼 입술을 미리부터 막아버렸다. 가슴속을 휘젓는 이 감정을 주체할수 없었다. 그러기엔 이 온통 하얀 사람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방금 전까지 받아들인 흔적들이 가득한 이 절경은 지나치게 아름다웠고, 저를 향한 연인의 눈빛이 지나치게 사랑스러웠으며, 그 웃음은 지나치게 유혹적이었다. 힘들다는게 진짜긴 했는지 금방 헐떡이며 원망어린 눈으로 노려보는 것조차 사랑스러웠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자신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팔을 뻗어 목을 끌어안을 연인임을 알기에.
"히죽거리지 마."
바보같아.
"......."
아주 조금 좀더 섬세했으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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