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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 백업/글 백업

[카무긴] 아지랑이

by 갈로파 2015. 7. 19.



1.


당신은 왜 항상 이렇게 다친 모습만 보이는 거냐고 따지고 싶었다. 매번 다른 사람들까지 지킨답시고 자기 몸을 바쳐가며 싸우는 당신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



"카무이."



나를 보며 그렇게 다정하게 불러주지만 않았더라면.

결국 그에 대해선 한 마디도 못하고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다가가 입을 맞출 뿐이었다,




2.


사무라이는 참 이상해요. 형씨도 그렇고 다들 약해빠진 주제에 아둥바둥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하고 있고. 모든 걸 지킬 수는 없는건데. 



"어리광이냐" 



긴 정적 끝에 툭 던지듯 나온 긴토키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있었다. 본인도 자기 목소리에 놀랐는지 큼큼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여기저기 거칠게 혹사 당한 뒤에도 그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허공에 던지는 자신의 말을 받아주었다.


어리광…일지도.




"글쎄요. 그냥 궁금해졌달까?"




활짝 웃는 낯으로 바라보자 의미심장한 표정이다. 긴토키의 손이 카무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방금 전까지 눈을 번뜩이면서 덤벼들던 녀석과 동일 인물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만큼 꽤나 얌전히 손길을 받았다.



"인간은 그렇게 태어난 존재니까. 스스로가 부족하기에 누군가가 필요하고, 서로가 부족하기에 함께 가는 거지. 그러다보니 어느새 모든 걸 짊어지고 있는거고. 욕심이 많거든, 인간은. "


"…자기 얘기인가요?"


"글쎄."




ㅡ적어도 난 혼자 전부 짊어지진 않기로 약속했거든.


발갛게 부은 눈으로도 씩 웃는 얼굴을 보니 괜시리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서로가 서로를…짓밟히고 쓰러져도, 같이 일어나고 같이 앞으로 나아가는…어찌보면 아름다운 동행자지만 카무이가 보기엔 긴토키는 손해보는거라 생각될 뿐이었다. 




3.


항상 이렇게 한계까지 덤벼들 필요는 없지않나.


카무이가 아무말 없이 붕대에 친친 감긴 상체만을 쓸어내리고 있자 긴토키는 제 몸을 침대마냥 완전히 자리 잡고 있는 카무이를 불렀다.



"카무이."


"…."


"카무이."


"……."


"카무이."


"그만 불러대지 그래요?"


"긴상이 세 번 부르면 대답하는 걸 알거든."


"……."



방금 전까지 제 밑에 깔려 울어댔으면서 낑낑 상체를 세워 눈을 마주한다. 동등한 위치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쏘아붙이고 싶은 말은 눈앞에 가득한 반은 장난, 반은 걱정인 얼굴에 목 뒤로 삼켜졌다.



"뭐 때문에 내내 불퉁한 얼굴이야? 긴상이 아프면 나도 아파, 뭐 이런 건 아니지?"


"…내가 죽이기 전에 죽지나 마."



예예, 장난스레 대답하는 그를 끌어안았다. 열이 있는지 따끈한 체온과 복슬한 은발 곱슬머리가 느껴졌다. 약냄새와 함께 코끝을 찌르는 피 냄새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4.


난 당신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게 좋았어.


나보다 약한 주제에 어른이랍시고 애들 어르듯 말하는 것도 좋았어. 나에게 매달려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타게 부르는 것도,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내 이름을 외치는 것도, 마지못해 받아준다는 식으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좋았어.


그러니까



"다시 한번 더 불러줘."



눈을 떠.



"한번만 더…내 이름을 불러줘."



일어나.



"빌어먹을."




─ 제발.




"이딴 걸 원한 적 없었다고, 나는."




왜 나까지 짊어지고 가려고 했던 거야, 당신은.





5.


한 쪽밖에 남지 않은 팔로 끌어안았다. 늘어지고 무거워진 몸을 품안에 안았지만 미약한 온기조차 없이 식어버린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뭐가 그리 기뻤는지 옅은 웃음만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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