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긴]
에피타이저
[Appetizer]
"대놓고 땡땡이냐, 요녀석아."
안대를 쓰고 나무 밑에 늘어져라 잠들어있던 오키타는 익숙한 목소리에 안대를 슬쩍 들추었다. 코앞에 보이는 붉은 눈에 놀라는 기색 없이 멀뚱히 쳐다보고 있으니 놀래켜줄 마음으로 일부로 바로 옆에 엎드려 바짝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던 긴토키는 김빠진 표정으로 재미없다며 몸을 뒤로 빼려는 순간,
초옥-입술에 부드럽게 닿는 말랑한 감촉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오키타는 살짝 떨어지는 듯 하다가 얼빠진 긴토키의 표정에 피식 웃더니 긴토키의 뒷목을 잡아당겼다. 다시 한번 맞붙은 입술은 방금 전보다 조금 더 뜨거웠고, 조금더 촉촉하게 느껴졌다. 혀로 입술을 톡톡 건드렸지만 후읍, 오히려 꾹 다물어버린다. 벗어나려고 하는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오키타는 다른 손으로 복슬한 머리채를 움켜쥔채 팔에 힘을 줘 더 바짝 당겼다. 입, 벌려요. 나즈막하게 속삭여주는 말에 긴토키가 움찔한 사이, 재빨리 닫힌 입술을 혀로 핥아주며 틈새로 밀어넣었다. 긴토키는 입안 가득히 밀려들어오는 걸 막을 재간이 없었다. 체념한듯 긴토키가 눈을 감자 오키타는 힘을 풀어 긴토키의 복슬복슬 손에 감기는 은발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초콜릿 맛이 나는 달달한 입안 구석구석을 훑었다. 오키타는 타액이 섞이다 상대적으로 아래에 있는 자신에게로 흐르자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건 별로 취향이 아니다. 오키타가 입천장을 건드리자 긴토키는 흐으응- 비음을 흘리며 몸에 힘이 풀렸고 그 순간 오키타는 그를 그대로 휙 뒤집어버렸다.
긴토키의 위에 올라온 오키타는 삐딱하게 머리에 걸려있는 안대가 거슬리는지 벗어버렸다.
"저는 잠자는 공주님이 아니라서, 굳이 키스로 안 깨우셔도 되는데 말이죠.
아, 형씨 그런 취향이셨을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조금 의외네요."
긴토키의 장난질을 해괴한 취향으로 몰아가는 오키타의 말에 뭐라 해명하려던 찰나 오키타는 허리를 숙여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악, 하는 사이 역시나 이번에도 문이 열리자 마자 바로 돌격이다. 오키타는 긴토키의 어깨를 꽉 누른 상태로 반항의 싹을 잘라버렸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내심 걱정되는 긴토키와는 달리 오키타는 오직 눈앞의 달큰한 맛을 즐기는데 집중했다. 단단히 옭아맨 혀를 빨아당기니 긴토키가 눈살을 찌푸렸다. 채 삼키지 못한 타액이 결국 입가에 주르르 타고흘렀다.
하아 - 뜨거운 숨을 내쉬며 입술이 떨어졌다. 오키타는 가볍게 그 위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추며 길게 늘어지는 타액을 핥았다. 살짝 구겨진 표정으로 입술을 손등으로 스윽 닦는 긴토키의 붉어진 얼굴을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감상했다. 조금 흐트러진 차림으로 훅훅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예뻐서 보는 것 뿐이거늘,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긴토키는 비키라며 오키타를 밀어냈다. 오키타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더니 다짜고짜 긴토키의 아래를 손바닥으로 꾸욱 눌렀다. 긴토키의 얼굴이 아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으, 으아악- 지금 어디를 …!"
"헤에- 형씨, 겨우 키스 정도로?"
쌓였나봐요? 긴토키는 살살 아래를 쓰다듬는 노골적인 손길에 저 얄미운 반반한 얼굴을 한대 치고 싶은 기분이 울컥 치솟았다. 오키타는 노려보는 '도발적인' 눈에 혀끝으로 입술을 적셨다. 저 표정, 취향이다. 오키타는 아랫배에 뜨끈하게 열이 몰려왔다. 주사 맞기 전 아이를 달래며 엉덩이를 치듯이 반 쯤 반응을 보이는 걸 가볍게 톡톡 치고 일어나며 긴토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리 저라 해도 이런 곳에서 대놓고 즐기다 걸리면 곤란하거든요. 긴토키는 젠장, 중얼중얼거리면서도 오키타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누가 볼새라 다리 사이를 얼른 유카타 자락으로 가렸다.
아, 장난 좀 치려다가 이게 뭔 꼴이야. 긴토키는 한창 흙먼지 묻은 옷을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허리를 숙여 탈탈탈 털고있는데, 갑자기 엉덩이를 덥석 움켜쥐는 손에 기겁을 하면서 돌아보았다. 너, 너너, 너…파랗게 질려서 말까지 더듬거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양새에 오키타는 특유의 웃음을 지어주었다.
"좀 도와드릴까 해서 그런 것 뿐인데, 왜그러시는지?"
"이게 무슨…너 이자식…진짜…"
"나참, 순진한 처녀 같이 왜그러세요?"
그보다 더한 것도 해봤으면서. 손을 뻗는 오키타는 방어자세를 취하는 긴토키의 옷깃을 잡아 끌었다. 형씨 덕분에 낮잠자긴 글렀으니 책임지셔야잖겠어요? 긴토키는 분명 눈을 반달로 만들며 웃는 얼굴인데도 소름이 돋았다. 본능적으로 따라갔다간 순결한(?) 엉덩이가 위험해진다는걸 눈치챈 긴토키는 바쁘다는 둥 할일이 있었다는둥 핑계를 댔지만 전부 기각당했다. 할일 없이 어슬렁어슬렁거리다 농땡이 치는 자신을 발견하고 장난치려고 한게 빤히 보이는데 어딜 도망가려고.
"저기, 소이치로군? 아직 햇님이 머리 위에서 제 할일을 다 하고 있는데 각자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야 도리가 아닐까나? 응? 저기, 어디로 가려는건지는 모르겠지만 ─ "
"형씨, 조용히 안 하시면 매우 아픈 꼴을 보게 될거에요."
"……네."
*
안녕하십니까 -
진선조 1번대 대장, 오키타 소고.
돌격합니다.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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